[오디세이아](Odyssey)에 보면 오디세우스와 12명의 부하들이 키클롭스가 있는 동굴에서 차례로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때 오디세우스는 귀한 포도주를 키클롭스에게 선물하고, 포도주에 기분이 좋아진 키클롭스는 오디세우스에게 이름이 뭐냐고 묻습니다. 그때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낮춰서 그리스어로 ‘우티스’(outis) - 영어로는 nobody - 라고 답합니다. 기분이 좋아진 키클롭스는 포도주 선물에 대한 답례를 하겠다고 하면서 오디세우스를 가장 마지막에 잡아먹겠다고 말합니다. 생명을 연장한 오디세우스는 남은 부하들과 함께 술에 취해 잠든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의 눈을 찌릅니다. 비명을 듣고 몰려온 다른 키클롭스들은 누가 너를 괴롭혔느냐고 묻자, “나를 죽이려는 놈은 nobody야”라고 말합니다. 영어로는 “Nobody is killing me”로 “나를 죽이려는 놈은 아무도 없다”는 뜻입니다. 다른 키클롭스들은 아무도 죽이려는 놈이 없는데도 소리지르는 키클롭스를 보고 미쳤다고 말하며 돌아갑니다. 오디세우스는 혼란한 틈을 타서 동굴을 빠져나옵니다. 오디세우스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자기를 낮추고,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나타냈을 때 동굴에서 나와 섬을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모세는 120세를 살았는데, 보통 그의 인생을 세 시기로 나눕니다. 태어나서 40세까지는 애굽에서 왕자로, 40세에서 80세까지는 미디안 광야에서 무명의 목자로, 80세에서 120세까지는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지낸 시기입니다. 모세가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어 놀라운 역사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Nothing) 시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애굽에서 왕자로 있었을 때 그의 삶은 한마디로 특별한(Special) 삶이었습니다. 모세는 왕자의 신분으로 최고의 학문을 배웠고,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수업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애굽에 있던 모세를 당신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 모세가 광야에서 무명의 목자로 있을 때, 그의 삶은 한마디로 아무것도 아닌 Nothing의 삶이었습니다. 모세는 광야에서 40년 동안 있으면서 그의 마음은 한없이 낮아졌고, 자기 자신을 다 내려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때 모세를 사용하여 양들의 목자였던 모세를 이스라엘의 목자로 세워 이스라엘을 출애굽시키고,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는 초석을 마련케 했습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때는 He has nothing, 그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였습니다.
성경은 역설의 진리를 말씀합니다.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산다.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진다.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겸손한 마음을 가져, 하나님이 높여주는 삶을 경험하는 복된 성도 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