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 슈바이처로 불리는 윤주홍 장로가 있습니다. 그는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나중에 신학을 공부하려고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건강이 허락치 않아 성직의 길을 내려놓습니다. 긴 투병과 방황 끝에 의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의사가 된 후에는 가난한 이들을 돌보겠다고 서원합니다. 그러나 막상 의사가 되어 병원을 개원했을 때는 돈 버는 재미에 주일까지 범하며 일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큰 시련이 찾아옵니다. 1974년 병원 앞 큰 길에서 자동차의 급한 정지음 소리가 들렸고, 한 기사가 피투성이가 된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다름 아닌 자신의 셋째 딸이었습니다. 아이의 심장에 청진기를 대었을 때, 심장은 이미 정지돼 있었습니다. 심장파열이었습니다. 그는 아이를 하늘나라에 보낸 뒤 의사 가운을 벗고 병원 문을 닫습니다. 그리고 1년 동안 왕복 5시간 되는 아이의 묘지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았습니다.
1년쯤 되었을 때, 그날도 딸아이 무덤에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열이 펄펄나는 어린 손녀를 안고 울고 있는 가난한 할머니를 만납니다. 그는 아이를 업고 선배 병원에 가서 치료비를 부담할테니 고쳐달라고 부탁합니다. 나중에 할머니와 손녀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를 찾아옵니다. 소녀가 말합니다. “아저씨도 의사야? 그런데 왜 의사 옷을 안입고 있어? 청진기도 없네.” 그는 소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오랜만에 의사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소녀의 가슴에 대었습니다. 순간 천지를 깨우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습니다. 1년 전 딸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었을 때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1년 만에 생명이 고동치는 소리를 듣게 된 것입니다. 그 소리는 자신을 일깨우는 소리가 되었습니다. 그는 다시 봉천동에 병원을 세웠고, 가난한 사람들의 의원이 되어 그들의 상처를 치료합니다.
헨리 나우웬의 책 '상처입은 치유자’(The Wounded Healer)가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4장에서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사역자란 외로운 사역의 길을 가는 사람으로 한마디로 상처입은 치유자임을 말합니다. 사역자는 시대가 처한 고통을 마음으로 깨닫는 사람이며, 시대뿐만 아니라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마음으로 깨닫는 사람이며, 그 깨달음으로부터 사역이 시작됨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사역자가 겪는 소외, 단절, 고독, 외로움과 같은 상처들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기에 사역자는 상처입은 치유자이자 치유하는 사역자라는 겁니다. 이것은 비단 사역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모든 성도들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성도는 살면서 이런저런 상처를 받습니다. 그런데 그 상처는 단지 상처로 끝나지 않고 의미있는 상처가 될 수 있는데, 내가 겪은 상처를 통해 다른 상처입은 사람들을 좀 더 깊이 있게 대할 때입니다. 그때 그 상처(scar)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닌 빛나는 별(star)이 될 수 있습니다. 빛으로 오신 주님처럼 상처를 별(star)로 승화시키는 성도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