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용어 중 “링반데룽”이란 말이 있습니다. 링(Ring)은 원(circle)을 뜻하고, 반데룽(Wanderung)은 방황 혹은 방랑을 의미합니다. 직역하면 원형 방황인데, 동일한 지점에서 일정한 장소를 원을 그리며 계속해서 도는 것을 말합니다. 분명히 똑바로 나간다고 생각하며 갔는데 한참 후에 보니 원래 출발한 그 자리에 다시 온 것을 말합니다. 등산가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링반데룽, 원형 방황 혹은 환상 방황이라고 합니다. 계속해서 한자리를 맴돌다가 지쳐서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생물의 특징 중 하나는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죽은 것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생물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은 아니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습니다. 사람의 몸을 생각해 보십시오. 사람의 몸은 일정 나이가 되면 성장이 멈추고, 이후로는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도 개인의 정진과 노력에 따라 쇠퇴하지 않고, 더 깊고 넓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이런 말씀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후 4:16).
등산가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링반데룽이라고 했는데, 신앙인이 가장 경계해야 되는 것 또한 신앙의 링반데룽입니다. 신앙의 매너리즘에 빠지면 일정 범위를 넘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 안에서 링반데룽합니다. 어떤 성도는 일주일에 주일예배 한번만 참석하고, 다른 예배나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자기 범위를 정해서 그 이상을 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도와 말씀 읽는 것도 최소한의 범위를 정해놓고 그 경계선을 넘으려 하지 않습니다. 신앙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유기체이기에, 자기 범위와 한계를 넘어 신앙의 지경을 넓혀 나가야 합니다.
산에서 링반데룽을 경험할 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다시 분명한 방향을 잡고 나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성도의 마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변하지 않는 마음의 북극성(방향)이 있는데,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바울은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정확히 제시해 줍니다.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엡 4:13). 성도인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예수님을 푯대 삼아 정진해서 좀더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