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의 시 [오징어]의 한 구절입니다. “눈앞의 저 빛! 찬란한 저 빛! 그러나 저건 죽음이다. 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오징어잡이 배가 바다로 나갑니다. 선장의 지시에 따라 배 위에 설치된 모든 집어등에 불이 들어 옵니다. 집어등은 물고기를 모으는 등불로, 오징어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음을 모른 채 찬란한 불빛을 향해 달려듭니다. 시인은 화려하게 빛을 내며 오징어를 유혹하는 불빛처럼 우리를 유혹하는 치명적인 세상의 빛을 경계하며 말합니다. “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
우리는 살면서 온갖 유혹에 마음이 동할 때가 많습니다. 이성에 대한, 재물에 대한, 성공에 대한, 권력에 대한 유혹이 있습니다. 건전한 유혹은 우리 삶에 적절한 동기부여가 되어 삶을 더 발전시킬 수 있지만, 대부분의 유혹은 우리 삶을 파멸에 이르게 합니다. 실패를 뜻하는 영어 단어 ‘failure’에 ‘lure’(유혹하다)가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유혹을 제어하지 못하고, 유혹에 이끌려 살면 실패한 인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성경에는 유혹에 넘어가 비극적인 삶을 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는 사탄(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하나님이 금하신 선악과를 먹음으로 영과 육의 죽음을 초래했습니다. 아간은 재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멸망했고, 삼손은 들릴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두 눈이 뽑히는 치욕을 당했습니다. 성군인 다윗도 밧세바에 대한 정욕을 이기지 못해 밧세바의 남편이자 자신의 충복인 우리아를 교살하는 천인공노할 죄를 지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사탄에게 쉽게 속는 것은, 사탄은 광명한 천사로 가장해서 우리를 유혹하기 때문입니다. (고후 11:13-14) 『[13] 그런 사람들은 거짓 사도요 속이는 일꾼이니 자기를 그리스도의 사도로 가장하는 자들이니라 [14]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니라 사탄도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나니』사탄은 자신을 찬란한 빛의 천사로 가장해 다가오기에 우리는 한마리 오징어가 되어 사탄의 빛을 향해 달려듭니다. 그곳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오늘 우리는 시인의 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 내 앞에 있는 불빛이 하나님의 빛인지, 사탄의 빛인지를 구별할 줄 아는 지혜와 지식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