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끔 쓰는 일본말 중에 ‘무데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옳고 그름을 고려하지 않고 거침없이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무수법’(無手法, 손쓸 도리가 없다)이란 한자에서 나온 말입니다. 무수법은 일본 나가시노 전투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나가시노 전투는 1575년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연합군과 다케다 신겐 부대의 전투입니다. 당시 다케다 신겐 부대는 최강 기마 군단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칼을 든 다케다 신겐의 기마 군단은 총을 든 오다와 도쿠가와의 연합군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듭니다. 당시 오다 군은 3,000정의 철포대를 약 4km에 걸쳐 3열로 나란히 서게 해서 달려드는 다케다의 기마 부대를 조총으로 쐈습니다. 최강 기마 군단인 다케다 군은 적과 싸워 보기도 전에 총에 맞아 낙마해 죽었습니다. 당시 다케다 군지휘부는 총의 위력을 의식하지 못한 채 1진이 전멸하자 2진, 3진을 계속 진격시켜 결국에는 부대가 거의 전멸했습니다. 다케다 군은 전쟁 무기의 패러다임이 칼과 창에서 총으로 바뀌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무모한 죽음을 자초했는데, 이것이 바로 무데뽀 정신입니다. 다케다 군대가 변화의 바람을 좀 더 신속히 인식했다면 그렇게 무모한 희생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고의 유연성은 신자에게도 필요한 사항입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복음은 진리이기에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세상 풍조가 변한다 해도 복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복음을 전하는 신자는 유연한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바울은 유연한 자세로 복음을 전했던 사도입니다. (고전 9:19-22) 『[19] 내가 모든 사람에게서 자유로우나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된 것은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함이라 [20] 유대인들에게 내가 유대인과 같이 된 것은 유대인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에게는 내가 율법 아래에 있지 아니하나 율법 아래에 있는 자 같이 된 것은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21] 율법 없는 자에게는 내가 하나님께는 율법 없는 자가 아니요 도리어 그리스도의 율법 아래에 있는 자이나 율법 없는 자와 같이 된 것은 율법 없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라 [22] 약한 자들에게 내가 약한 자와 같이 된 것은 약한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내가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고자 함이니』 바울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고 불신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눈높이에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오늘날 신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되는지 지혜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우리 모두가 복음의 작은 통로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