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클리셰(cliché)는 진부한 장면이나 상투적인 줄거리, 전형적인 기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원래 클리셰는 프랑스말로 ‘활자를 끼워넣는인쇄판’을 말하는데, 우리말에도 ‘판에 박은 말’은 진부한 표현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클리셰가 꼭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클리셰 안에는 평범한 일이라도 오랫동안 꾸준히 반복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음을 포함합니다.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이 있습니다. 일본에는 미슐랭 가이드 최고 등급인 별점3개를 받은 초밥집 세 곳이 있는데, 그 중 도쿄에 ‘스키야바시 지로 본점’이 있습니다. 지하도에 위치한 지로의 초밥집은 자리 열 개에 화장실은 밖에 있는 평범한 초밥집이지만,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만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초밥을 좋아하는 오바마 대통령도 와서 먹고는 최고의 스시를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오노 지로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성실과 숙련입니다. 개인적으로 성실과 숙련은 두 단어가 아닌 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실한 사람만이 오랜 숙련의 과정을 견뎌낼 수 있습니다. 오노 지로 밑에서 견습했던 한 요리사는 단순한 일이지만 오랫동안 반복하면서 조금씩 완성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우리나라 방송 중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가 있는데, 방송에 나온 모든 달인들은 하나같이 오랫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그 일에 달인의 경지에까지 오른 사람들입니다. 평범한 일이지만 계속해서 무한 반복할 때, 평범한 일은 비범한 일이 됩니다.
저는 신앙생활도 일상의 신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앙생활은 하루 이틀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믿고 나서부터는 죽을 때까지 해야 되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매일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것, 말씀을 실천하며 사는 것, 매일 기도하는 것, 정해진 시간에 예배드리는 것. 자칫 이러한 행위들은 진부한 신앙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져 의미없는 형식적인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실한 마음으로(믿음으로) 매일 숙련할 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그리스도를 닮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