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승려 일연(一然)이 쓴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와 유사한 내용이 있습니다. 하는 일마다 성공하는 사람을 가리켜 ‘미다스의 손’(Midas touch)이라고 하는데, 이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 왕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미다스 왕은 긴 귀를 가진 왕으로도 유명했는데, 그는 그의 당나귀 귀를 왕관 속에 감추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왕의 당나귀 귀를 유일하게 아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왕의 이발사였습니다. 미다스 왕은 이발사에게 비밀을 지킬 것을 신신당부합니다. 이발사는 생명이 걸린 문제였기에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지만 너무나 답답한 나머지 갈대숲으로 가서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다 외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런데 갈대숲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가 결국에는 왕궁에까지 퍼졌습니다.
삼국유사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신라의 경문왕은 당나귀 귀를 가진 왕이었습니다. 경문왕은 왕관이 아닌 두건으로 자신의 귀를 가렸습니다. 두건을 만드는 기술자만 왕의 비밀을 알았고, 왕은 그에게 살고 싶으면 비밀을 지킬 것을 명합니다. 기술자는 누구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않았지만 너무 답답한 나머지 그 역시 대나무 숲에 가서 소리를 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런데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숲에서 소리가 나와 경주 도성에 왕에 대한 비밀이 쫙 퍼졌습니다.
두 이야기의 주제는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교훈입니다. 진실은 아무리 감추려해도 언젠가 때가 되면 드러납니다. 진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진리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고 해도 때가 되면 진리는 온 천하에 드러납니다. 진리는 헬라어로 ‘알레데이아’인데, 알레데이아는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말입니다. 부정접두사 ‘아’(not)와 ‘란다노’(숨기다, 감추다)입니다. 알레데이아를 직역하면 숨길 수 없다, 감출 수 없다는 뜻입니다. 진리는 그렇습니다, 사람이 아무리 감추고 은폐하고 축소하려고 해도 감출 수 없습니다. 진리이신 예수님은 감출 수 없습니다. 헤롯 왕은 아기 예수를 죽이려고 공권력을 동원했지만 아기 예수를 죽일 수 없었습니다. 사탄은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죽였지만 예수님은 다시 부활하셔서 온 천하에 진리의 빛을 드러냈습니다. 진리를 품고 사는 우리를 통해 진리의 빛과 향기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드러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