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쓰는 말 중에 계륵(鷄肋)이란 말이 있습니다. 계륵은 ‘닭의 갈비’란 뜻으로 그다지 쓸모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말은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말로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조조와 유비가 치열한 경쟁을 할 때, 한번은 유비(劉備)가 한중(漢中)을 평정하자, 위(魏)나라 조조(曹操)가 군대를 일으켜 한중을 공격합니다. 싸움은 장기전으로 돌입했는데, 유비는 제갈량(諸葛亮)의 용의주도한 준비로 충분한 식량을 확보해 여유가 있었습니다. 반면에 조조는 식량 준비를 소홀히 해서 내부 질서가 문란하고, 거기다 탈영병들이 속출해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참모가 조조에게 와서 현황을 보고하고 후퇴 여부를 묻자 닭고기를 뜯고 있던 조조는 닭갈비[鷄肋]를 들었다 놓았다만 합니다. 참모가 아리송한 마음으로 나오는데 주부(主簿)인 양수(楊修)가 이 이야기를 듣고는 귀환할 준비를 서두릅니다. 다른 참모들이 놀라 그 까닭을 묻자 양수는 말합니다. “닭의 갈비는 먹으려 하면 먹을 것이 없고 그렇다고 내버리기도 아까운 것이오. 승상께서 한중(漢中)을 여기에 비유한 것은 군대를 철수하기로 작정하신 것이 아니겠소?” 과연 양수의 예상대로 조조는 그 이튿날 철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후로 계륵은 그다지 쓸모있는 것은 아니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을 가리킬 때 사용되고 있습니다.
성경에도 이도저도 아닌 것을 가리키는 표현이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에는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 중 라오디게아 교회가 나옵니다. 라오디게아 교회는 책망만 받은 교회인데, 어떤 책망을 받았나요? 라오디게아 성도들은 스스로를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교만하게 삽니다. 그러나 주님은 라오디게아 성도들이 영적으로 소경이기에 자신들의 가난하고 부족한 것을 보지 못함을 책망하면서 안약을 사서 눈에 바르라고 말씀합니다. 또 다른 책망은 이렇습니다. (계 3:15)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뜨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 주님은 라오디게아 성도들에게 네가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고 미지근하여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낼 수밖에 없다고 말씀합니다. 미지근한 물은 어중간한 물로 영적으로 신자인지 불신자인지 모호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신자들, 신자들 중에서도 열심을 내지 않고 어중간하게 신앙 생활하는 신자들을 책망하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주님 앞에서 영적으로 계륵과 같은 성도는 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