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길 위의 인생"이란 다큐를 보았습니다. 일본 군마현에는 오제 국립 공원이 있는데, 해발 1500m의 고산 습원인 오제는 환경보호 지역이기에 좁은 나무 보도로만 사람들이 다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곳곳에 있는 산장에 필요한 물건을 운반해 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를 가리켜 ‘봇카’라고 합니다. 오제 국립공원에는 매일 짐을 배달하는 봇카들이 있는데, 이들은 평균 80-100kg의 식자재를 지게로 지고 배달합니다. 그 거리가 하루에 짧게는 3.3km에서 길게는 12km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오직 어깨에 짐을 지고 두 발로만 나무 보도를 걷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구도자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9년차 봇카인 이가라시(39세)는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힘이나 기술이 아닌 몸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바람이 심하게 불 때가 가장 힘든데, 그만큼 균형 잡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은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경주이고, 저마다가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경주입니다. 신앙의 경주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신앙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신앙인이 붙잡아야 되는 불변의 균형입니다. 달리 말하면 믿는 것과 믿는 것을 실천하는 삶의 중심추를 잡는 문제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 신앙은 방향 잃은 잘못된 여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가라시는 강한 바람이 불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뒤로 물러나지 않고 계속해서 가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가끔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 힘들긴 하지만 자기 신념과 심지가 제대로 되어 있으면 흔들릴 일은 없고,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가다 보면 언젠가는 산장에 도달합니다.” 우리 삶에도 때로는 강한 시련의 바람이 불 때가 있습니다. 그때 성도는 절망과 좌절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삶의 부침이 있다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뒤로 후퇴하지 않고 끝까지 순례의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날들이 하루하루 쌓이면 언젠가는 하나님의 산장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성도는 하나님의 도성을 향해 가는 구도자입니다. 신앙과 삶의 균형을 잡고, 주님을 향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푯대를 향해 매일 뚜벅뚜벅 걸아가는 사람입니다.